
작년 추석 연휴였어요. 서울에서 내려온 딸아이 가족이랑 어디 한군데 다녀오자고 했는데, 막상 “어디 가지?” 하니까 다들 멍하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더라고요. 손주는 신나는 데 가고 싶다 하고, 사위는 너무 멀면 힘들다 하고, 딸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 하고… 이 집안 세 세대 입맛 맞추는 게 여행 코스 짜는 것보다 더 어렵더라니까요. (웃음)
평택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주변 여행지를 참 많이 다녔는데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50~70대 어르신도, 어린 손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경기도 가족 여행 추천 코스 5가지를 오늘 솔직하게 정리해 드리려고 해요. 거리, 식사, 체력 부담까지 전부 고려했으니 끝까지 읽어보세요.
① 평택 · 수원권 – 가까워서 더 좋은 당일 가족 여행 코스
멀리 안 가도 충분히 좋은 곳이 많아요. 저처럼 경기 남부에 사신다면 수원 화성은 정말 빠질 수 없는 코스예요. 저는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갔는데, 갈 때마다 새로워요. 성곽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데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고, 경사가 심한 구간은 우회로도 있어서 무릎 안 좋으신 분들도 충분히 다니실 수 있어요.
수원 화성 관람 후에는 행궁동 벽화마을 쪽으로 내려와서 점심을 드시는 걸 추천해요. 이 동네에 오래된 갈비집들이 꽤 있는데, 점심 기준 1인 2만 원 안팎으로 푸짐하게 드실 수 있어요. 손주들이 있다면 행궁 광장에서 가끔 진행하는 전통 공연도 눈에 띄면 꼭 챙겨보세요. 무료인 데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거든요.
평택 쪽에서는 평택호 관광지도 좋아요. 호수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고, 주변에 카페와 식당도 많이 생겼어요. 주차도 넉넉하고 입장료도 없으니 부담 없이 가볍게 나들이하기 딱이에요.
- 추천 코스: 수원 화성 → 행궁동 점심 → 평택호 산책 (총 이동거리 약 40km)
- 소요 시간: 약 5~6시간 (당일치기 가능)
- 주의사항: 수원 화성 주차는 연화관 공영주차장 이용 추천 (시간당 600원)
② 용인 · 이천권 – 먹거리와 볼거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코스

이 코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루트예요. 우선 이천 도자기마을(신둔면 일대)에서 도자기 체험을 하고 시작하면 좋아요. 어르신들도 물레 체험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체험비는 1만 원~1만 5천 원 수준이고, 만든 작품은 나중에 택배로 받을 수 있어요. 손주랑 같이 그릇 하나 만들면 나중에 두고두고 이야기 나오는 추억이 돼요.
이천은 또 쌀밥으로 유명한 동네잖아요. 신둔면이나 이천 시내 쪽 한정식 식당들 수준이 정말 높아요. 저는 작년에 가족들이랑 4인 기준 8만 원짜리 한정식 세트를 먹었는데, 반찬 가짓수가 스무 개가 넘었어요. 아직도 그날 밥 맛이 생생해요. 이천쌀로 지은 밥은 진짜로 달고 찰지거든요.
점심 후에는 용인 한국민속촌으로 이동하는 걸 추천해요. 이천에서 용인까지 차로 30분 정도 거리예요. 민속촌은 어르신들한테도, 손주들한테도 반응이 좋아요. 전통 가옥 구경, 각종 민속 공연, 계절별 테마 행사까지 볼거리가 다양하거든요. 성인 기준 입장료는 약 2만 원 초반대인데, 경로 할인도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다만 하루 종일 걸어야 해서 편한 운동화는 필수예요.
- 추천 코스: 이천 도자기 체험 → 이천 한정식 점심 → 용인 한국민속촌
- 소요 시간: 약 7~8시간 (여유 있는 당일치기)
- 꿀팁: 민속촌은 평일 방문 시 대기 없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③ 가평 · 양평권 –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1박 2일 가족 여행 코스
조금 더 여유 있게 1박을 계획하신다면 가평·양평 코스를 강력하게 추천해요. 평택에서 가평까지는 고속도로 타면 1시간 20분~1시간 40분 정도 걸려요. 생각보다 가깝죠?
첫날은 가평 자라섬부터 시작해보세요. 섬 안에 캠핑장, 꽃밭,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요. 특히 봄에는 튤립,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이에요. 입장료도 무료고, 자전거 대여도 돼서 온 가족이 함께 라이딩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어르신들 자전거 오래 못 타시더라도, 2인용 자전거 빌려서 손주랑 같이 타면 그 자체로 추억이에요.
저녁은 가평 읍내에서 닭갈비나 잣두부 요리로 해결하시면 딱 맞아요. 가평은 잣이 특산품이라 잣을 활용한 음식들이 많은데, 잣두부찌개가 특히 담백하고 어르신들 입맛에도 잘 맞아요. 1인분에 1만 2천 원~1만 5천 원 선이에요.
다음 날은 양평 두물머리로 이동해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이른 아침 물안개 핀 풍경이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아름다워요.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아침 일찍 가보세요. 근처 카페들도 뷰가 예뻐서 커피 한 잔 하기 좋고요. 양평 시장 들러서 더덕, 산나물 같은 건강 먹거리 사 오는 것도 잊지 마세요. 값도 저렴하고 신선해요.
- 추천 코스 (1박 2일): 가평 자라섬 → 가평 읍내 닭갈비 저녁 → 숙박 → 양평 두물머리 → 양평 전통시장
- 숙박 팁: 가평 펜션은 성수기 피해서 평일 예약 시 4인 기준 15만~20만 원대도 충분히 좋은 곳 있어요
- 체력 배려 포인트: 두물머리 산책로는 평지라서 어르신들도 무리 없이 걸으실 수 있어요
여행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잖아요. 가족들이랑 같은 밥 먹고, 같은 풍경 보고, 나중에 “그때 거기서 그랬잖아” 하고 웃을 수 있는 기억 하나 남기는 거,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그게 더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오늘 소개한 코스 중에 마음에 드는 데 있으셨나요? 혹시 이미 다녀오신 곳이 있다면 댓글로 후기 남겨주세요. 제가 몰랐던 좋은 정보, 여러분이 알고 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같이 이야기 나눠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