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봄에 딸아이랑 경기도 안성 근처 드라이브 갔다가 들른 식당에서 달래된장찌개를 먹었는데요. 한 숟갈 뜨는 순간 “아, 봄이 왔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된장찌개인데 달래 향이 확 올라오는 게, 슈퍼에서 사온 재료로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계절마다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메모해두기 시작했어요. 50대 넘어서니까 몸도 그렇고, 입맛도 제철 음식에 더 끌리는 것 같더라고요. 오늘은 그 메모를 꺼내서 계절별로 정리해 드릴게요. 여행 계획 세우실 때도 이 음식들 기준으로 움직이면 훨씬 만족스러운 식도락 여행이 됩니다.
봄·여름 별미 – 입맛 없을 때도 젓가락이 먼저 움직이는 음식들
사실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요, 봄철 나물 음식이 이렇게 다양한 줄은요. 강원도 쪽 여행 가실 때 3~4월에 맞춰 가시면 곰취, 두릅, 냉이, 달래를 한 상 가득 받을 수 있어요. 특히 강원도 정선·평창 일대 민박집이나 산채정식 전문점에서는 1인분에 12,000~15,000원이면 나물 반찬만 10가지 넘게 나오거든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비슷한 걸 먹으려면 2만 원도 넘습니다.
- 달래된장찌개 (3~4월) – 달래는 수확 시기가 딱 한 달 남짓이에요. 놓치면 1년 기다려야 합니다.
- 두릅 데침 (4~5월) –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두릅은 쌉싸름한 맛이 봄 피로감을 날려줘요.
- 전복죽·성게비빔밥 (5~6월) – 제주도나 완도 여행 시 꼭 드세요. 성게 철이 짧아서 6월 중순 넘으면 귀해집니다.
여름 별미도 빼놓을 수 없죠. 경기 평택에 살다 보니 충남 서산·태안 쪽을 자주 가게 되는데요, 7~8월 민어회가 정말 일품입니다. 민어는 여름이 제철이라 이때가 가장 살이 오르고 담백해요. 목포나 영광 쪽에서는 민어탕, 민어회 코스가 2인 기준 5~6만 원 선에서 즐길 수 있어요. 여름 복더위에 삼계탕도 좋지만 한번쯤 민어탕으로 바꿔보시면 “이게 뭐야” 하실 거예요. 정말 시원하고 깔끔합니다.
가을 별미 – 여행 계획 잡기 가장 좋은 계절의 음식들

저는 개인적으로 가을이 식도락 여행 최고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9월부터 11월 사이에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이 워낙 많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더라고요 – 여행지 선택을 음식 기준으로 잡으면 실패가 없어요.
- 전어구이·전어회 (9~10월) –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광양, 하동, 여수 쪽에서 드시면 가장 맛있습니다. 한 마리에 1,500~2,000원 정도예요.
- 대하구이·대하찜 (9~11월) – 충남 홍성·보령 대천항이 유명해요. 1kg에 2만~2만5천 원 선. 직접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꽃게탕·간장게장 (10~11월) – 서해안 꽃게는 가을이 암게 철이에요. 살이 꽉 차 있어서 봄 수게랑은 또 다른 맛이 납니다.
경기도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코스로는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이 있어요. 가을 되면 대하 직판장이 열리는데, 싱싱한 대하 한 상자 사서 근처 식당에서 구워 먹으면 반나절이 금방 가요. 평택에서 차로 40분이면 닿으니 저는 매년 10월쯤 꼭 한 번 들립니다.
겨울 별미 – 몸이 먼저 찾는 뜨끈한 제철 음식 3가지
겨울 음식 하면 다들 굴, 과메기, 대구탕을 꼽는데요. 저도 예전엔 굴은 그냥 아무 때나 먹는 거 아닌가 했어요. 그런데 11월~2월 사이 굴이 진짜 굴이더라고요. 통영이나 거제 굴 직판장 가보시면 생굴 한 접시(20~30개)에 8,000~10,000원이에요. 서울 시내 굴국밥 한 그릇 값으로 한 판을 먹는 셈이죠.
- 과메기 (11~1월) – 경북 포항·구룡포가 원산지예요. 배추, 미역, 마늘, 고추를 함께 싸 먹으면 됩니다. 처음엔 낯설어도 두 번째 먹을 때부터 손이 멈추질 않아요.
- 대구탕·아귀찜 (12~2월) – 마산 아귀찜은 겨울 여행 목적지로 삼아도 될 만큼 진국이에요. 2인분에 3만 원 정도면 든든하게 먹고 옵니다.
- 꼬막무침·벌교 꼬막 (11~3월) – 전남 벌교 꼬막은 꼭 한 번 드셔야 해요. 벌교 읍내에만 꼬막 전문 식당이 수십 곳이라 선택지도 많습니다.
겨울 식도락 여행의 핵심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에요. 추운 날씨에 후다닥 먹고 이동하기보다, 따뜻한 식당에 자리 잡고 천천히 먹고 막걸리 한 잔 곁들이는 게 진짜 겨울 별미 여행이거든요. 나이 들수록 그 여유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계절마다 딱 한 가지 음식만이라도 제철에 맞춰 드셔보시면 어때요? 봄엔 달래된장찌개, 여름엔 민어탕, 가을엔 대하구이, 겨울엔 굴. 이 네 가지만 챙겨 드셔도 일 년이 참 풍성해집니다. 여러분은 어느 계절 별미가 가장 기다려지세요? 댓글로 알려주시면 저도 반갑게 이야기 나눌게요. 혹시 추천하고 싶은 숨은 제철 맛집 있으시면 그것도 나눠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