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봄이었어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나서 밥상을 확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혈압도 경계선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동안 맛있다고 먹어왔던 기름진 것들이 갑자기 무섭더라고요. 그때부터 사찰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절밥이 무슨 맛이야’ 싶었는데, 막상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평택에서 출발해서 경기도, 충청도까지 1년 넘게 찾아다닌 사찰 음식 맛집 5곳, 솔직하게 정리해드릴게요.
① 맛이 밍밍할 거라는 편견, 여기서 완전히 깨졌습니다
사찰 음식 하면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없이 만든 음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쉽게 말해, 자극적인 양념 없이도 재료 본연의 맛으로 요리하는 방식이에요. 처음엔 ‘그럼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는데, 사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더라고요.
- 수원 봉녕사 근처 ‘자연愛밥상’ – 봉녕사 입구에서 도보 5분 거리. 점심 한 상 차림이 15,000원인데 나물 반찬만 12가지가 나옵니다. 특히 취나물 된장무침이 기가 막혀요. 주차 공간 10대 정도 가능.
- 양주 회암사지 인근 ‘들꽃향기’ –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청국장이 메인. 냄새 걱정하시는 분들 많은데, 사찰식으로 끓이면 특유의 냄새가 훨씬 덜합니다. 2인 기준 28,000원.
두 곳 모두 예약 필수입니다. 특히 주말 점심은 2주 전에 자리가 꽉 차더라고요. 저처럼 무작정 갔다가 허탕 친 분들 꽤 많으니까, 꼭 전화 먼저 하세요.
② 절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일석이조 코스 추천

사찰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사실 절과 함께 묶어서 가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 밥만 먹고 오는 게 아니라 천천히 경내도 걷고, 차 한 잔 하면서 쉬어오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 공주 마곡사 ‘솔바람식당’ – 마곡사 입구 상가 안에 있어요. 연잎밥 정식이 18,000원. 연잎에 찹쌀과 대추, 밤을 넣고 찐 밥인데, 향이 은은하고 속이 편안합니다. 마곡사 단풍철(10월 중순~11월 초)엔 대기 줄이 1시간 넘으니 오전 11시 전에 도착 추천.
- 천안 광덕사 인근 ‘산마루’ – 평택에서 40분 거리라 저는 자주 가는 편입니다. 버섯 비빔밥 한 그릇이 12,000원으로 가격 부담이 덜해요. 표고, 느타리, 석이버섯 세 가지가 들어가는데, 씹는 맛이 고기 못지않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광덕사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서 무릎이 좋지 않은 분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요. 왕복 40분 정도 산책하고 밥 먹으면 딱 반나절 코스로 좋습니다.
③ 평택에서 가장 가까운 사찰 음식 맛집, 의외로 있더라고요
멀리 안 가도 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요, 평택 인근에도 제대로 된 곳이 있어요.
- 평택 수도사 인근 ‘초록빛 공양간’ – 평택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 운영 시간이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까지로 짧아서 시간 맞추는 게 관건입니다. 두부구이 정식 13,000원. 직접 만든 손두부라 부드러움이 시판 두부와 차원이 달라요. 월요일 휴무.
이 집은 혼밥도 거부감 없이 받아줘서 혼자 조용히 먹고 싶을 때 자주 갑니다. 테이블이 8개밖에 없어서 아담한 분위기예요. 창가 자리에 앉으면 작은 텃밭이 보이는데, 거기서 직접 키운 채소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다섯 곳을 다 가보고 느낀 공통점이 있어요. 먹고 나서 속이 부대끼지 않는다는 것. 50대 넘어서 기름진 것 먹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거북한 느낌 아시잖아요. 사찰 음식은 그게 없어요. 먹고 나서 2시간 후에도 몸이 가볍더라고요. 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시작했다가,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가는 루틴이 생겼습니다.
혹시 이 중에 가보신 곳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가 아직 모르는 숨은 사찰 음식 맛집 알고 계신 분 있으시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저도 새로운 곳 가보고 싶거든요. 우리 나이엔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에 좋게 먹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좋은 곳 서로 나눠가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삽시다.